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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민족 2' 주석은 올드하다? [백투더힙합] 16. 트렌드를 읽는 1세대 힙합퍼


[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 중인 힙합가수 주석(왼쪽)과 베이식. 주석은 '힙합의 민족'에서 베이식과 프로듀서 자격으로 출연 중이다. JTBC 제공



그룹 가리온의 MC메타(본명 이재현)가 온라인을 유통 매체로 활용하며 언더그라운드의 판을 조성할 때, 옆에서 그를 지원하던 부운영자가 있었다. 가리온과 함께 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의 성장기를 이끌었던 MC 주석(본명 박주석)이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곡을 보유한 1세대 힙합퍼로 아시아 원정 공연, 광고 음악, 각종 게임 음악 작곡 등 1990년대 힙합 아티스트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인재다.

1. 외로운 힙합퍼의 길 

서울 태생인 주석은 외국 생활을 했던 친구의 영향으로 힙합을 접했다. 블렉스의 부운영자로 활동하며 작곡을 시작했는데, 힙합 클럽 마스터플랜의 무대에 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활동 초반 주석은 팀 결성과 해체를 반복하며 방황했다. 'Da Real'이란 듀오는 별다른 활동 없이 해체됐고, 가리온과 함께 결성한 'Outrhymez' 역시 빠르게 흩어졌다. 심기일전해서 'Da Real' 2기를 결성했지만 이 역시 해체됐다. 


1998년 그는 '내가 누구지?'라는 곡을 발표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지?'에 녹여 낸 그의 심경은 다음과 같다. "느껴져 이제 나의 존재가/ 저 앞을 향해 이제 달려가/ 그 어떤 시련도 이 나를 막지는 못해/ 이제는 내 갈 길을 내가 바로 간다" 

그는 홍콩 DJ Tommy의 힙합 앨범에 참여하고 일본 공연을 진행하는 등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마스터플랜에서 펼친 공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인지도도 상승했다.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언더그라운드 래퍼로는 드물게 깔끔하고 준수한 외모가 인기 상승에 한 몫 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성 팬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회자된다. 

2001년 정규 1집 앨범으로 오버그라운드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마이너한 성향이 묻어나는 음악은 일반 대중에게 큰 반응은 끌어내지 못했다.  

주석의 음악은 2집, 3집을 거치면서 점차 흥행 공식을 따라갔다. 가수 김범수가 피처링한 3집 곡 '정상을 향한 독주 2'와 가수 임정희가 참여한 '힙합 뮤직'이 피처링의 효과로 히트했다. 음악 성향이 크게 변하면서 1집 팬들에게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유행을 따르는 주석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고 이런 작업 방식이 그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2008년에는 주석이 지원하던 후배인 힙합 듀오 마이티 마우스가 흥행하면서 프로듀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앨범은 발표하지 못한 채 2년이 흘러 2010년 7월 정규 5집 앨범이 발매됐다. 5집 앨범에서 주석은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국내 트렌드에서 벗어나 세련된 미국 스타일의 비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주석만의 색깔이 없다'는 혹평 속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지난 19일 Mnet '쇼미더머니' 출연자였던 가수 산체스와 함께 싱글 앨범 'I Kno'를 발표했다. 'I Kno'는 1980년대 레트로 음악에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가미된 곡으로 주석의 과거 음악보다 경쾌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규 6집 앨범 소식은 아직이다. 



힙합가수 주석의 음악 스타일은 꾸준히 변화를 거듭해왔다. 오래된 팬들은 "1990년대 그의 음악을 듣다가 최신 곡을 들으면 전혀 다른 가수가 녹음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할 정도다. 코리아뮤직그룹(KMG)


2. '정직한 래핑' 주석이 변한 이유 

활동 초기 주석은 낮은 톤의 목소리로 지금과 다른 래핑을 선보였다. 묵직한 베이스에 정박자로 떨어지는 라임을 구사했는데, 단어의 중간을 잘라 음절 끝 부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예컨대 '정상을 향한 독주'에서는 "인간 누구에게나 성공에 필/수조건인 흔들림 없는 목표의식/"이라며 단어 중간을 과감하게 끊어 불렀다. 

정규 3집 앨범이 흥행한 후 주석의 음악 성향이 크게 바뀌었다. 정규 4집 앨범에서 미국 주류 힙합의 비트와 멜로디를 선보였고, 임정희, 김범수, 박정현 등 오버그라운드 가수와 컬래버레이션도 적극 활용했다. 래핑도 활동 초기와 상당 부분 달라졌다. 블렉스 시절 발표한 '내가 누구지?'와 최근작인 'I Kno'를 번갈아 들어보면 명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내가 누구지?'에서는 음절 끝부분을 강조하며 1999년 유행하던 래핑을 선보였지만, 'I Kno'에서는 이전보다 힘을 빼고 흐르는 듯한 발음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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